이정재의 감독 데뷔 '헌트' 개봉까지 '비하인드 스토리'
80년대의 냉전과 폭력적 대립 상황을 소재로 한 액션 첩보 영화 '헌트'가 오늘(10일) 관객에게 베일을 벗었습니다.
99년 김성수 감독의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톱스타 이정재와 정우성의 콜라보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배우 이정재가 시나리오는 물론 연출까지 맡은 감독 데뷔작 이라는데서 더 큰 화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하정우나 구혜선등 배우들의 감독 데뷔작이 간혹 있어 왔지만 흥행이나 작품성 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헌트' 또한 편견 어린 시선을 피해 갈 수 없었지만 칸 영화제에 초청돼 7분간 기립박수를 받고, 얼마 전 치러진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이동진 평론가의 호의적인 평으로 세간의 기대를 올리기 충분했습니다.
개봉 첫날, 예매율 35.3%(오전 10시 기준), 네이버 관객평점 8.58, 사전기대지수를 의미하는 프리에그 지수에선 99%를 기록하는 등 첫날의 반응은 괜찮은 편입니다.
그럼 영화를 보기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헌트' 제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겠습니다.
'헌트'의 시나리오 원제는 '남산'이었다.
영화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이정재가 '인천 상륙작전'에 출연 당시 '관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과 함께 해보자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이정재가 판권을 구입해 홀로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했고,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 배우가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한재림 감독과 정우성, 하정우와도 작업할 기회가 있었지만 잘 풀리지 않았고, 결국 이정재가 연출과 주연, 시나리오까지 맡아 4년이라는 기간이 걸렸습니다.
원작인 '남산'의 시나리오 원작자는 조승희이다.
'남산' 시나리오는 2014년 영화진흥위원회 상반기 지원작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으며, 조승희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 연출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조감독 출신입니다.
이정재가 판권을 구입하여 시나리오를 수정하던 중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하여 제목을 '헌트'로 수정하였다.
이정재는 정우성에게 '4고초려'를 했다.
이정재는 절친인 정우성에게 출연 요청을 했지만 3번의 거절을 당했고, 몇 번의 시나리오 수정을 거치며 4번 만에 'OK'를 받아냈습니다.
정우성은 훗날 인터뷰에서 "배우의 영화 연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우려됐고, 우리가 같이 출연하면 그 부분이 더 가증될 까 조심스러웠다."라고 밝혔습니다.
2022년 4월 14일,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5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수상에는 실패하였습니다.
상영 후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로컬 색이 강해 한국의 (80년대) 역사에 대해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이정재는 칸에서 돌아온 후 영화제에서 받은 피드백을 반영, 해외 개봉에 대비한 편집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헌트'는 해외 144개국에 선판매되었습니다.
'헌트'는 칸 영화제'에 이어 세계 4대 영화제로 평가받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Gala Presentasion) 부문에도 공식 초청되었다.
스토리 상 내부 첩자의 암호명 '동림'은 안기부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시절 한국 역사상 최다 간첩사건이었던 '동베를린 사건' 일명 '동백림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원 시나리오 '남산'에도 암호명이 '동림'으로 설정되었는데, 추가로 자료 조사를 해본 이정재가 '동백림 사건'을 알게 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이정재가 영화감독의 꿈을 꾸게 된 것은 '도둑들'에 함께 출연한 임달화와의 대화였다.
'도둑들' 출연 당시에도 영화감독, 제작까지 병행하는 임달화의 엄청난 스케줄에 놀란 이정재에게 "나는 '영화인'인데 그게 힘들거나 어색할게 무엇이냐?"는 말을 했고, 이정재는 배우에만 한정돼 있는 자신의 역할을 확장시키게 됐다 합니다.
'헌트'의 영화 속 해외 배경들은 모두 국내에서 촬영된 것이다.
첫 장면인 워싱턴 촬영이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지만 마침 미국에 정정훈 촬영감독이 있어 배우만 현지에 보내 정정훈이 현지 스태프들과 촬영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결국 여의도에서 촬영을 하게 됩니다.
극중 도쿄는 부산, 방콕은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하였습니다. 결국 영화속 해외 도시 세 곳 모두 촬영지는 국내입니다.
극 중 1980년대 분위기의 완벽 재현을 위해 소품에 매우 공을 들였다.
'헌트' 제작시 각종 의상과 당시 안기부가 사용하던 장비들을 국내외에서 공수했는데, 그중 가장 구하기 힘들었던 소품이 당시의 암호화 장비였습니다. 결국 '전화기 박물관'에서 빌리게 돼 영화에 등장하게 됩니다.
실제로 80년대, 중앙정보부 내에서 국내팀과 해외팀 간 알력 다툼이 상당히 심했다.
국내팀 입장에선 제대로 내는 성과도 없는데 막대한 예산을 가져가는 해외팀을 탐탁지 않아했고, 반면 해외팀의 입장은 고생이란 고생은 우리가 다 하는데 남산 쪽(국내팀) 진급이 빠르다며 불평이 많았다 합니다.
정치성 논란이 제기되기 쉬운 5공화국 시절을 배경으로 한 현대극이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을 유지한다.
안기부의 강압적 심문 등이 나오지만, 북한이 파견한 국내 고정간첩의 위험성을 상세히 묘사하고 이들끼리 서로 뒤통수치는 내용도 등장합니다. 술 취한 운동권 대학생들의 술집 난동 장면도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극 중 배경이 1980년대라 5.18, 아웅산 폭탄 테러, 이웅평 월남 사건, 장영자 사건 등에 대한 묘사가 있다고 한다.
'헌트' 제작비는 250억으로 손익분기점은 417만 명이었지만,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435만 명으로 조정되었다.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은 땡전뉴스와 데모로 가득 찬 골치 아픈 뉴스보단
낡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보던 티비 드라마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의 무한궤도, 담다디의 추억이 더 또렷할 수도 있습니다.
이면엔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냉전, 북한의 테러와 반공, 독재와 최루탄,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대적 저항과 아픔도 있고 통기타와 나팔바지로 대표되는 낭만이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시절의 대립을 다룬 액션 첩보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한국 영화사에 어떤 기록을 남길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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